"얘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자꾸 똑같은 짓을 반복하니!", "너는 애가 어쩜 그렇게 못났니?", "너는 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야! 당장 나가!"라는 말을 끼얹으며 내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아주 어린 나이에 소녀입니다. 이대로 세상에 나갔다간 어두운 손짓을 보내는 비열한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게 뻔합니다. 저는 엄마와 단 둘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부모 가족입니다. 사실상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저와 엄마만 남았습니다. 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였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매우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늘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그 영향을 그대로 받은 저와 엄마는 아버지를 피해 작은 집으로 들어가 둘이서만 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1년 뒤, 아버지라는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저와 엄마는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한결 마음이 편해진 건 있었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에게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다라는 걸 직감했을 땐,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이 마음을 알아주는지, 몰라주는지, 우리 엄마는 점점 아버지와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고 생활비를 벌 충당한 돈을 벌지 못했기에, 늘 우리 엄마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크게 원망하곤 했었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불꽃의 씨앗이 나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항상 저는 불안에 떨어야만 했었습니다.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희망의 빛을 본다고 하지만,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러한 빛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쯤되면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내 자신부터 탓하게 됩니다.
서로 사랑해서 만난 이 둘은 언제부터 서로에 대해 금이 갔던건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저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그러한 존재임을 누구보다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저에게 손을 뻗어주지 않습니다. '한부모 가족'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지지리도 궁상맞는 단어가 아닌게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매일 원망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모두 저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곤 합니다. 그 수모는 모두 제가 다 겪어야만 했습니다.
누구보다 힘들고, 누구보다 아프고, 누구보다 어엿하지 못한 부모와 자식은 그들에게만 내어주는 시련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고통은 함부로 점수를 매기지 못합니다. 비록 그 고통이 나에게 전달되어도 내 고통이 제일 심하다는 말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하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한부모와 한가정, 어린 소녀를 배제하고 말하겠습니다.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어린 소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 가치 또한 점수를 매기지는 못합니다. 물론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길러졌든, 누군가에게서 태어났든, 태어나고 보니까 제일 하찮은 가정에서 가정교육을 받았든, 우리는 우리 힘으로 생각할 수 있고 우리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이 바로 자신의 자산이자 뚜렷한 능력입니다. 능력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키워야할 힘겨운 아이이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갈고 닦다 보면 언젠가는 생각지도 못할 위치에 가게 되는 것이 능력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잡생각을 하고, 여기저기 치우치고, 버려진 존재라는 인식을 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상처와 아픔은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쉬운 세상이었다면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천국의 맛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점은 확실합니다.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 사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고 경험이고 행복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어도 내 존재가 무너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며 함께 이루어내야 할 인생의 숙제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는 게 맞습니다. 때론 그냥 비를 맞고 살아가도 괜찮습니다. 정말 힘들때는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주저앉아있는 게 도움이 됩니다. 바로 일어나면 내 몸이 한계를 느끼고 내 마음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 세상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때론 주저앉기도 하고, 때론 울기도 하고, 때론 그 슬픔을 깊게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고 다시 희망을 품고 꿈을 꾼다면 이것이 바로 능력입니다.
내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힘, 바로 내 존재가 가치있고 살아있다는 힘을 말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고 따라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쉴 틈을 주고,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좁고 그대는 한없이 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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