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주의 기원

환상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주의 기원

" 사람들은 저마다의 끝자락에 서 있는 기분을 느끼곤 하지."

" 왜?"

" 한 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야."

" 그때가 언제일까?"

" 바로 지금. 오늘. 이 순간이야."

"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순간일까?"

" 글쎄..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그 곳에 서있기 마련이거든."

 

 

" 저기 저 별 보여?"

" 응. 아주 잘 보여.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은가봐."

" 맞아. 날씨도 좋고 모든게 완벽한 날이야."

" 너는 만약 하루살이라면 모든 게 완벽한 날 가장 뭐하고 싶니?"

" 가장 하고 싶은건.. 어디든 떠날 것 같아. 가장 완벽한 날에 떠나는 여행이랄까..?"

" 나도 그래. 내 모습을 찾기에는 딱이지."

"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내 모습을 찾기엔 정말 딱인 것 같아."

" 그런데 아까 하려던 말은 뭐야?"

" 뭐 말이야?"



"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그 곳에 서있을거라고.."

" 아, 그 곳이라는 건 아무래도 정착의 끝을 맛 본 순간이겠지? 하루살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여행일지 모르는 이 지구 한가운데에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이라고 했잖아.

 바로 그 여행이야. 이 모든 지구를 더불어 우주의 속세는 결국 여행의 종착지점일거야.

 그때가 되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주의 기원이겠지."

 

 

" 사람들은 말해. 저 수많은 별들 중에 과연 내 별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어. 저 수많은 별들 중에 과연 내가 이루고 싶은

 별이라는 게 있을까? 하고 말이야."

" 꿈꾸는 다락방 같은 건가?"

"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거야. 누구나 별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

 제대로 보지 못해 그들이 안쓰러울 뿐이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우주의 기원이

 그들 앞에 모습을 보일텐데 말이야."



" 사실 내가 하루살이가 아니라서 그들과 생각이 좀처럼 다르진 않을거야. 나조차도

 긴 운명을 타고 났다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왔지만 어쩌면 우린 하루살이와 다를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거지."

"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거야?"

" 응. 이 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다림일지도 모르지."

" 기다림이라... 우리는 무얼 위해 기다리지?"

 



" 내가 예를 들어줄게. 저 깜깜한 우주 속에서 너는 무엇을 보았니? 별? 지구? 우주? 아님 은하수?

 정답은 없어. 보이는 것만 믿고 살아도돼. 보이지 않은 것을 믿고 살아도 되고. 하지만 그거 아니?

 보이는 거, 보이지 않는 거, 사실 모두 중요하지 않아.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정말 아름다워.

 홀연히 아침에 떠있는 달을 언젠가 보았어. 그 달은 총명스럽고, 현명해보였지. 그 달은 내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늘 곁에 돌고도는 달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걸.

" 우주의 기원은 우리의 기다림 속에서 영원하다. 이 말 인건가?"

" 그 말은 조금 어렵다. 우리가 기다리는 거에 의미를 부여하면 한도끝도 없을걸?

 무얼 위해 기다리는지, 무얼 찾기 위해 기다리는 지 한번 잘 생각해봐.

 그 안에 답이 있을거야."

" 알려줘. 나에겐 너무 어려운 문제인걸?"

" 우주의 기원은 너에게 달려있어. 하늘을 보지 못해 지나갔던 모든 시간들, 공간속에서 그 달은

 한번도 널 잊은 적이 없어. 우리가 잊기 위해 달려온 것 뿐이지. 그 달은 너에게 달려있다고 말해주고있어.

 한번도 닿은 적 없던 그 빛이, 말해주고 있어. 아니, 달래주고 있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